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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lan, No Pain/Croatia

Dubrovnik, 밤의 거리



#Dubrovnik, 밤의 거리


중2병을 한참 겪던 중학교 시절부터 밤을 좋아했던 나는 그렇게 밤을 쏘다녔다. 심지어 입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던 고3 때는 깊은 새벽 인공 조명에 비친 그림자들을 채칩하기 위해 꼬박 두 달 밤을 샜을 정도. 당시엔 브랏사이의 '밤의 파리'라는 작품에 푹 빠져있던 떄다. 인공조명이 자아내는 또 다른 풍경에 취해서일까, 여행에서도 야경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DSLR 카메라의 경우 삼각대가 없인 감도를 포기하거나, 흔들림을 감수해야 해서 사실 촬영은 포기하고 눈으로 즐기다 오는 편인데 여행을 위해 구매한 똑딱이 카메라 후지 X30에는 손떨림 방지 기능이 내장돼 있어 많이 촬영하고 다녔다. 물론 배터리는 엄청 잡아먹는 것 같다. (원래도 작은 주제에...) 


약 두 달 간 머문 두브로브니크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다.(사견임) 특히 해지는 시간만 잘 맞추면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야경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4월 말까진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날이 별로지만 그 이후엔 대체로 맑아 해지는 모습을 깨끗하게 담을 수 있다. 메인 사진으로 사용된 이 사진은 해가 지고 20분 지났을까. 항구 가는 길 모퉁이에서 담은 사진이다. 내가 떠난 6월 초엔 무려 해가 8시 40분에 지기 시작했는데 아마 한 여름엔 9시도 훌쩍 넘지 않을까 싶다.



구름이 잔뜩 낀 날이다. 달과 함께 담으려 했지만 우중충하다.




밤의 거리, 참으로 낭만적이다. 게다가 두브로브니크의 몇몇 식당에서는 연주자를 고용하는 모양이다. 걷다보면 꽤나 질 좋음 음악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가게 내부에 피아노가 있어 연주자를 부르기도 하고, 바깥 테이블 쪽에 트리오가 와서 연주를 하기도 한다. 인건비가 싼건지, 으레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물론 거리를 거닐며 낭만을 즐기는 행인들에게도 음악은 낭만을 더한다. 두브로브니크를 떠나기 전 날 밤, 나 역시 이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 한참을 계단에 앉아 있다 왔을 정도다.





5월 황금연휴였을 것이다. '꽃누나'의 힘과 황금연휴의 여파로 한동안 두브로브니크는 한국인들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어마어마하게 북적였다. 비수기부터 있던 내겐 그저 놀라운 광경일 뿐. 개인적으로 황금빛으로 물든 거리와 해가 지고 있는 파란 하늘의 공존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왓더... 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반짝반짝 반사된 길을 찍을 수 가 없었다. 아쉬웠지만 내겐 아직 많은 날이 남았잖아? 라고 한 이후 다시 찍지 못했다. 이유인 즉슨 귀차니즘.





구도심은 오래된 건물 사이사이 예쁜 골목이 참 많다. 낮에는 가게들이 성업을 하고 있어 제대로 즐기기 어렵지만. 8시가 넘으면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으므로 진정 조용하고 예쁜 골목들을 담을 수 있다. 물론 어둡긴하다. 하지만 무서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며 느낀 것인데 정말 안전한 나라라는 것이다. 6개월을 겪은 독일보다도 안전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크로아티아인들은 모든 관광객들을 매우 환영하기에 대체로 상냥한 편이다. 두브로브니크는 거주자만큼 많은 관광객이 있고, 구도심에는 거의 대부분 관광객들이기에 안전한 편이다. 


즉, 걱정말고 야경 특히 골목 야경을 즐기자는 말씀.






골목골목마다 이런 모양의 등불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만의 느낌을 더욱 살려주는 아이템이므로 함께 넣어서 촬영하면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성벽 내의 공간들은 밤이 되면 오직 이 등불에 의지하기 때문에 매우 어둡다. 건물들도 종종 불을 밝혀주지만 뭐.. 촬영엔 그닥 효과적이지 않달까. LED 등이라면 모를까..


의외로 두브로브니크의 밤 사진이 많아 아무래도 나머지 사진들은 2탄으로 나눠 소개해야 할 것 같다. 구도심의 핵심 야경 촬영지인 항구 주변부와 성벽 바깥 부분이 남았으니 말이다. 나머지 성 내부의 야경 사진을 더 올리며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