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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lan, No Pain/Croatia

Dubrovnik, 고양이 두 번째



Dubrovnik, 고양이 두 번째


두 달간 고양이만 보면 무조건 반사적으로 카메라 혹은 휴대폰을 꺼내 촬영했더니 양이 방대함. 물론 촬영된 사진보다 도망가버려서 못 담은 녀석들이 더 많긴 하지만. 그만큼 고양고양한 도시라는 증거일테다. 마음 붙일 곳 없던 두브로브니크에서 유일하게 사랑스럽던 존재 고양씨들. 이들과의 두 번째 이야기를 풀어본다.




이 녀석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해산물이 위주인 두브로브니크에는 이렇게 음식을 주문하고 나올 때즈음 테이블 아래에 이렇게 모르는 척하고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두마리를 볼 수 있다. 이들은 귀여움을 뽐내며 음식을 내놓으라고 무언의 압박을 준다. 고로 2명이 가면 3인분을 먹게 되는 멋진 상황. 가끔은 레스토랑에서 일부러 풀어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음. 이들은 역시 알맹이를 좋아한다. (배가 불렀구만)하고 생각하면서도 주게 되는 마력. 결국 이날 해산물 리조또에 들어있던 상당량의 홍합과 맥주 안주로 딱 짭짤하게 좋은 오징어 튀김을 함께 나눠 먹었다. 냠냠. 많이 주는 테이블엔 지들끼리 자리 싸움도 한다. 먹고 살기란 고양이나 사람이나 힘든건 매한가지인 듯.




밤이라 무척 흔들렸다. 저렇게 레스토랑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녀석들은 쓰레기통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뭐 먹을게 있나. 하지만 나도 먹을게 없었으니 가엽지만 줄게 없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식빵ing 고양씨들을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저 상태에서도 쓰다듬으려 손을 내밀면 재빨리 손톱을 세워 할퀸다는 함정. 흥. 몇 번 당하고 이제 사진만 찍음. 하긴 나도 낮잠 자는데 누가 자꾸 건들면 짜증은 날듯. 그래도 할퀴다니 너무하잖나! 라고 혼자 중얼중얼. 





이곳은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는 아니고 Babin Kuk다. 바빈 쿠크? 이렇게 읽어야 하나. 아무튼 드넑은 바다가 펼쳐진 배 선착장 같은 곳에 있는 한 마리의 고양이. 헤헿 까매서 눈도 안보인다. 귀엽다. 근데 왜 이렇게 주눅든 표정이지. 흠. 나같군.


이제부터 휴대폰 사진 대방출.



이녀석도 레스토랑을 배회하는 녀석. 달라는 건줄 모르고 안 줬었다. 미안..



꼬질꼬질이. 그래도 참 이쁘게 생겼다.




순서가 뒤섞였지만 이 사진이 가장 먼저다. 한 컷 찍었더니 시끄러웠는지 벌떡 일어나 엉덩이만 보여주고 퇴장.



밤이 되면 분주해지는 두브로브니크의 고양이들.



이녀석은 내가 키우고 싶은 색상과 토실토실함을 모두 갖춘 이상고양이랄까. 하지만 무척 까칠하다. 이 사진을 찍고 너무 예뻐서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할큄당함. 너무해..




고양이들에게 대낮은 너무나 덥고 졸린 시간대겠지. 아무 곳에서나 늘어져 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아픈 냥이들도 많다. 개체 수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먹이나 자리 쟁탈전을 꽤나 하는 것 같았다. 고양이들끼리 싸우는 것을 본 것도 꽤 됐다. 물론 내가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은 아니다보니 그저 지나치고 말았지만. 혹은 지켜보거나. 가끔 저렇게 상처를 갖고 있거나 상처가 심해져서 정말 보기 안쓰러운 냥이들도 많았다. 삶이란 다 똑같구나. 힘든 일정을 마치고 아픈 다리와 허리를 주무르며 걷던 내게 이들의 모습이 보이면 폭풍 감정이입. 사람보다 위로가 되곤 했다. 동병상련인가.




아마 영국 여행 후 다시 돌아온 두브로브니크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



긴 팔을 사입을 정도로 추웠던 런던과 달리 두브로브니크는 한 여름이었는데 빨래 하러 다녀오는 길에 웬 고양이가 기절해 있는 것을 발견. 개인 정원인거 같아 들어가진 못하고 줌으로 땡겨보니 너무 더운 나머지 그늘에서 기절해 디링디링 자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귀엽다. 헝.




아래의 사진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내 손을 할퀴던 고양씨가 8일만에 본다고 나름 포즈를 취해주는 듯한 느낌. 흥흥 하면서 츤데레처럼 가만히 있어줬다. 고맙다. 짜식.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던 날. 여전히 버스 정류장을 지키던 흰색 고양이를 만났다. 한층 꼬질해지고 한층 게을러보였지만 처음으로 눈뜬 고양이와 함께 셀카를 찍을 수 있었던. 물론 그 셀카는 고양이만 잘나왔다는 후문이...ㅋㅋ




아무튼 두브로브니크의 고양이 포스팅은 이걸로 마친다. 음 사실 별로 효용성있는 주제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론 아주 중요한 주제다. 왜냐 그 이후 이렇게 고양이가 많은 도시에 거주하지 못했기 때문. 참고로 베를린은 개판이다. 개가 많아서 개판. 그래도 참 깨끗하고 예쁜 멍멍이들도 많아서 길을 걸을 때 소소한 즐거움이 되곤 한다. 고양이든 개든 뭐든 사람이든! 내 방에도 나 이외의 생명체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무 외롭다. 고양이 한마리면 다 될 것 같은데. 혹은 고양이 같은 사람도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