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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lan, No Pain/Croatia

Dubrovnik, 걸어 오르는 스르지산



오후 12시에 미쳤다고 스르지산에 걸어 올라간 후기를 올린다.

때는 한가로운 일요일, 일도 없고 그냥 숙소에서 뒹굴거리기엔 6인실이고, 날도 좋으니 저 산이 껌딱지처럼 보였다. 관약산을 등지고 살았던지라 어릴 적엔 꽤나 산을 타던 몸. 하지만 현재는 술과 고기에 쩔어 운동이라곤 숨쉬는 것, 눈을 깜빡이는 것 이외엔 해보지 않은 내가 등산을 결심했다. 미쳤지. 등산 직전 서둘러 먹었던 식사는 제대로 미스. 거진 반을 남기며 산으로 향했다.




길 별거 없다. 그냥 산 길로 이어져있다고 나온 곳으로 지도를 보며 쭉쭉 걸어간다. 우리의 구글지도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는 힐튼 호텔 쪽의 골목길을 선택했다. 어떤 골목길이든 상관 없이 가파른 언덕이니 조금이라도 편한 길.. 찾지 말자. 애초에 없다.




힐튼 호텔 쪽에 있는 골목길로 진입을 합니다. 이때부터 계단이 있습니다. 훗. 이정도는 나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님..



두브로브니크는 지리적 특성상 언덕과 계단이 많다. 이해는 하지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계단을 오를 때. 하. 진짜 내가 미쳤구나 왜 그랬을까. 과거를 후회하고 자책하게 된다. 



본격 등산로. 하지만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이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엄청 덥진 않았다. 그렇다고 땀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한국처럼 꿉꿉하게 덥진 않다는 말. 너무 더우면 그늘로 대피하자. 오후 4, 5시처럼 땅까지 달궈져있지 않다면 대게 시원하다.



힘들어서 초점이 어디에 맞는지도 모르고 막 찍음. 그래도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꽃과 나무를 많이 키운다. 골목길에서 서로 다른 꽃향기가 나는게 참 매력적이다. 이렇게 여유 있는 나라라니. 좀 멋지다.



그저 골목길을 올라왔을 뿐인데 전경이 보일락 말락.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진짜 마트 가기 싫어서 서로 싸우지 않을까 싶다. 오가는 것도 문젠데 짐은 대체 어떻게.. 인터넷 주문하면 되나. 



헝. 1차 골목길을 무사 통과했다. 물론 등산 전이다. 등산 전 워밍업을 했다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자 이제 2차 골목 등산을 시작한다.




1차 골목길 통과 후 2차 골목길 진입 전까지 약 15분 소요. 





저 여자분을 따라.. 간게 아니고 난 내 길을 갔음. 그냥 길이 예뻐서.




아 또 계단. 하며 절망스러운 흔들림 




말도 없이 이렇게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면. 



슬슬 내가 꽤 높이 올라왔음을 자각할 수 있을거임.



계단 선때문에 마치 초현실주의 작품을 보는 듯한 집이라 한컷.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2차 골목길이 끝난드아아아ㅏ!!!



내 다리가 돼지 같은 몸뚱이를 이끌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때 문득 그냥 가고 싶었다. 다시 내려가서 그냥 시원한 방에서 딩가딩가 놀고 싶었다. 여기까지도 힘든데 산은 끝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 근데 또 괜히 오기를 부렸다. 



나름 널찍한 대로다. 차는 별로 지나다니지 않지만 한번 오면 겁나 빨리 다니므로 치여죽지 않도록 조심하자. 



이쪽으로 가야한다. 저기 보이는 버스 정류장 저기 지나야 입구가 있다. 




자 이제 본격적인 등산로 진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젠장




이 표지판이 친절하게 입구를 가르쳐줍니다.



바닥 상태를 보여드립니다. 절대 등산화 아닌 상태로 가지 마세요. 특히 샌들? 슬리퍼? 죽고 싶으면 추천드림. 운동화까진 아니지만 아주 하드한 신발도 아닌데 무척 힘들었음. 비포장도로 이상의 돌.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 아마 등산로 중에 가장 개꿀에 속하는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나무가 있잖아요 ^^ 올라갈수록 하늘과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참고. 후훗 이때만해도 한국의 여느 산과 별로 다르지 않군 했지.



앞서가던 분. 하지만 결국 내 뒤의 뒤의 한참 뒤에 따라오심. 하지만 결코 내가 빠른게 아니고 그저 저분이 많이 쉬신거 같음. 근데 정말 쉬엄쉬엄 올라가는게 좋음. 시간 없고 급하면 그냥 등산을 하지말자. 급하게 올라가다가 죽을 수 있는 산이다.



이때만해도 그늘을 즐기고 있었다. 그늘 많이 즐기자. 그리고 썬크림 많이 바르고 또 챙겨가자. 까맣게 됨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피부암 걸리지 않게 최소한의 방어막으로.




조금 올라가자 무성한 나무는 사라짐. 바닥의 돌은 여전히 거칠거칠함. 하지만 아직 낮고 정신이 온전히 붙어있으니 다행.



고도가 올라갈수록 낮은 나무만 있다. 시원한 그늘은 이제 없다고 보면 됨. 이때부터 초죽음 등산이 시작됨.






첫 번째 모퉁이에 도착. 이렇게 모퉁이마다 조각이 새겨진 판들이 세워져 있다. 나름 무슨 이야기인듯 한데 나님 그거 볼 정신 없음. 그냥 물 겁나 마시고 잠시 앉았다가 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함. 그늘 따위.. 하하




이곳임. 출발한 지 35분만에 도착한 첫 번째 모퉁이. 




이렇게 지그재그로 계속 가면 되는데 저질 체력인 나는 이미 방전. 다리에 힘이 풀림. 오지게 덥고 쉴 곳은 쥐뿔도 없으며 바닥은 돌 뿐이었다. 몇 번 자빠질뻔 미끄러졌는데 정말 진심으로 황천길 가는 줄. 



돌 뿐이다보니 한 번 미끄러지만 줄줄 미끄러지는 구조. 꽤나 위험하다. 등산화를 신도록 권장해야하나. 아무튼 저 신발로는 무리였다.



아마 중반쯤 올라와서 촬영한 모퉁이일 것이다. 오르는 동안 더위에 체력적 한계에 내 사진 한장 제대로 못 찍음. 억울.



전경이 보인다. 케이블카선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전경. 






아직도 한참 남은 정상. 그래도 보이긴 보이니 희망을 잃지 말아야지



오를 수록 길은 위험천만해진다. 되도록이면 양쪽에 놓인 비교적 판판한 돌을 밟고 올라가는게 좋다. 하지만 저 판판한 돌도 가끔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조심조심. 이때쯤되면 다리만큼 발이 아파지고, 무릎이 쑤신다. 진짜 오르기 힘들다.





길 옆은 그냥 낭떠러지 ㅋ 그냥 떨어지면 빠염 죽음 ㅋㅋ




아마 거의 끝에 다달았을거임. 정신차리고 카메라를 꺼내야지 슥슥



끝이 보이기 시작함. 그래 마지막이다.



올라오니 정체불명의 식물들이 아름닾게 있음.



보기만해도 더운 끝판왕길





저기가 끝@@




11시 57분에 시작했으니까 1시간하고도 20분이 더 걸렸다. 중간중간 5분씩 쉬었음을 감안해도 1시간 정도는 걸리는 듯하다. 문제는 내려오는 것이었는데. 내려오는 사진은 많지도 않다 심지어.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위험했음. 카메라나 핸드폰을 꺼내 들고 걷다가 넘어지면 박살날 것 같았고, 중심 잡기도 힘들 것 같았다. 걸으며 사진은 말도 안되는 얘기고.




아무튼 고생했으니 원하는 뷰에서 사진도 찍고



누구나 찍는다는 그 뷰에서 또 사진 찍고


내려갈 떄 조심하자!!! 참고로 오르는 시간보다 내려가는 시간이 더 걸렸다. 빠르게 내려갔다 미끄러져서 진짜 완전 겁먹은 이후 살금살금 내려갔는데도 4, 5번 미끄러짐. 진짜 심장 쪼글아들어서 천천히 내려감. 안전한 돌만 밟으면서. 신발 진짜 돌이라도 좀 정리해주든가. 워낙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라도 길 정리가 안돼 있는 듯 하다. 


**요약

1. 제대로된 운동화 중요

2. 모자가 있다면 착용

3. 썬크림 덕지덕지

4. 그냥 등산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