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o Plan, No Pain/Croatia

Dubrovnik, 스르지 산을 오르는 두 가지 방법



저기 보이는 성 내의 마을이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이다. 이런 뷰를 보기 위해선 어디로 가야할까. 바로 스르지 산이다. 가파른 산의 정상까지는 세 가지의 방법이 존재한다.


1. 케이블카 탑승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빠르다. 왕복 100쿠나였던 것으로 기억, 편도는 60쿠나. 학생할인은 없다.(단호) 편도 3분이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저녁 8시까지만 운행하기에 요즘처럼 해가 늦게질 경우 야경을 보기 어렵다. 


2. 차로 오르기

렌트를 한 경우엔 차로 이동할 수 있다. 시간의 제약도 없고 애초에 차가 많지 않은 도로라 쉬이 올라갈 순 있을 것이다. 다만 도로가 일방통행이다보니 위험천만한 턴 구간이 한번 있다. 그리고 길을 잘못 들어서면 바로 고속도로로 빠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3.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 오르기

차도 빌릴 수 없고, 케이블카 탈 돈도 넉넉치 않거나 진심으로 등산하는게 행복한 사람, 나처럼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코스다. 물론 난 등산이 진심으로 행복하진 않다. 좀 더 널널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보다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힘들다.


이렇게 두 가지 방법 중에 나는 1번과 3번을 체험했다. 정확히 말하면 첫 번째는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간 후 걸어 내려왔고, 두 번째는 걸어서 왕복을 했다. 후훗 두 번 모두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 


케이블카 탑승은 아주 간단하다. 돈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케이블카 타는 곳을 찾으면 된다. 케이블카 탑승은 공항 방향 공항버스를 타는 곳으로 가면 할 수 있다. 뭐 요즘은 워낙 구글 지도가 잘 돼 있으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찾아가겠.. 타바스코 라는 음식점을 검색한 후 가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그쪽으로 쭉 가면 케이블카, 공항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간단함.


매표소 가서 돈내고 표사고 올라가면 됨. 별 것도 없다. 다만 성수기에 오후 1시부터 3시 뭐 이런 시간에 단체 관광객들이 줄 서 있는 경우도 많더라. 줄 서있는 것을 봤으면 단호히 포기하고 다른 시간에 가길 바란다. 딱 그때만 붐비는 거다. 굳이 햇살을 정면으로 맞아가며 기다릴 필요도 없다. 단체 관광객들은 6시 이후엔 거의 싹 빠지는 분위기라. 





스르지 산 정상에는 레스토랑도 있다. 신혼부부도 아니고 굳이 저기서 먹을 필욘 없었긴 하지만 해질 때 함께 올 누군가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 맛은 모르겠다. 가격은 비싸겠지. 아랫동네도 비싼데 여기라고 쌀까.




사진으로 보면 그저 허허벌판의 산 같지만 실제로 가서 보면 역시 허허벌판 느낌이다. 근데 훨씬 웅장하달까. 개인적으론 바다 뷰보다 여기가 내겐 더 마음에 들었다. 뭔가 미국의 어떤 산에 올라가서 느끼는 대륙의 장엄함. 이런 느낌. 그래서 이 모습 때문에 나는 다시 스르지 산에 올랐다. 



이 날 함께 올라온 사람들은 적었지만 계속 유입돼 나름 전망대에는 치열한 자리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이 정도 찍었음 좀 가지?' 이런? 물론 단체 관광객들은 사진찍고 좀 구경하고 금방 빠진다. 그러니까 뒤의 의자에 앉아 그들의 놀음을 구경하고 있다보면 어느새 넉넉하게 자리가 생긴다. 다만 다음 케이블카에서 사람이 덜 온다면 분명.



크로아티아의 맥주 오주스코. 게스트하우스에서 알게된 동생과 함께 갔다. 그 친구가 맥주는 필수라며 주장하길래 하나씩 사이좋게 사들고 올라갔다. 역시 맥주 선택은 탁월했다. 배낭 여행자라면 꼭 맥주 하나는 들고 가서 낭만을 100% 즐기자! 




영 마음에 안드는 것이 있다면. 일몰 방향으로 촬영하고자 하면 저렇게 케이블카 선이 딱 걸린다는 것이다. 뭐 어차피 열정적으로 찍을 생각도 없었지만 영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걸어 올라갈 경우 선 없이 깔끔한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단, 꼭대기 근처에서 촬영할 정신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난 없었음. 




뒤쪽으로 좀 걸어가보면 전쟁 기념관을 발견할 수 있다.



부서진 그대로 둬서 느낌은 황량하고 으스스했다. 하지만 나름의 의미과 고민이 보여 좋았다. 물론 들어가진 않았다. 거의 닫을 시간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전쟁 기념관은 싫.. 입장료는 100인가 200쿠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돈이 아까워서 안간 것도 있는데 가본 사람들은 호불호가 갈리긴 해도 좋다는 사람은 되게 좋다더라. 





이노무 망할 eye-fi..



그냥 멋져서 이 길을 찍어뒀는데, 참고하시라. 걸어 오르고 내려갈 땐 이길로 쭉 가면 정식(?) 등산로가 있다. 정식이라고 해서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길이 있다. 갈 수 있는 길. 근데 멍청한 우리는 이 길을 몰랐고, 신나게 놀다가 다른 길로 내려갔다. ㄷㄷ




레스토랑 쪽으로 내려오면 이렇게 탁 트인 전망대가 있다. 가끔 사람들이 저 가이드라인 넘어가서 촬영하기도 함. 위험하지만 조심만 한다면 뭐.. 나도 촬영했는데 나쁘진 않았다. 다만 고소공포증이 있어 다리가 후들후들. 우린 저기서 신나게 촬영하고 옆에 나있는 길로 걸어갔다. 아주아주 잘못된 선택이었지..





일몰을 정상에서 보기로 했던지라 이래저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빨리 걸어가지 않으면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했다. 서둘러 출발했는데 아무리 가도 이상한 곳만 나오는 것이었다. 20분을 걷다가 차 한대가 지나가려고 오길래 길을 물어보려고 세웠다. 하지만 그 크로아티아 아저씨 직감적으로 우리가 길 잃었음을 아셨는지 묻기도 전에 보조석의 부인과 함께 미친듯이 뒷자석 짐을 치우는 것이다. 처음엔 놀랐지만 서툰 영어로 아저씨는 이 길이 고속도로 가는 길이니 태워주겠다고 하셨다. 나이스. 친절한 크로아티아 부부 덕분에 다행히 더 길을 헤매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차 안에서 담은 일몰 풍경. 감사함과 더불어 뭔가 의사소통이 안되니 어떻게 은혜에 보답하지. 라는 그런 생각으로 복잡해서 사진은 많이 못 찍었지만 잊지 못한 시간들이다.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올드타운이라며 내려주신 부부. 고마움에 사진이라도 같이 찍고 싶었지만 부담될까봐. 뒷모습만 남겨뒀다. 나도 저렇게 곱게 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없어도 여유있는, 나눔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하고 싶기도 하다.







지는 해를 뒤로하고 열심히 걸어 내려갔다. 길을 잘 몰라 그저 성이 보이는 방향으로 걷고 또 걷다가 사람이 보이면 물어보는 식으로 길을 찾아 갔다. 분명 걸어 내려왔다면 해가 다 진 상태에서 깜깜하게 앞도 보이지 않게 갔겠지. 아마 가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하하ㅏ하.. 아무튼 다음 번엔 스르지 산 등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