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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시작은 명확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앉은 자리는 처음부터 불편했고, 그럼에도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묘한 편안함을 줬다.

커피와 오렌지에이드. 그토록 다른 만남이었다. 하지만 대화는 묘하게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오랜만이었다. 


이런 대화, 이런 자리, 이런 단어들. 


1시간이라는 시간, 길지만 짧은 시간. 


1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걸어온 시간들의 흔적. 


강렬한 동경과 동시에 지독하리만큼 현실과 괴리된 또 다른 현실.


나도 모르게 방황을 했고, 나도 모르게 바지 두개를 샀다. 맥주를 샀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자고 일어나서도 명확하지 않은 감정들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평온했다. 분열되는 듯 보였지만 나는 나를 분명히 잡고 있다.


단락은 문장으로 분리되고, 문장은 단어들로 분열됐다. 그리고 단어는 하나 둘 파괴되고 있다.


조각들이 맴돈다.


말은 나를 맴돌다 이내 사라진다.


모든 지시가 사라졌다.

설명의 총체가 사라졌다.


오롯이 혼자다.

그제서야 나다.


어떤 형용사에도 기대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생각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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