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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기

여행 중 멍때리기

4월 초에 출국했으니 벌써 2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도쿄-베를린-두브로브니크-자그레브-플리트비체-스플리트-런던-로마-남부-피렌체-피사-베니스-베를린-드레스덴


물론 다른 이들은 2달도 안되는 시간에 끝내는 루트를 내내 다닌 셈이다. 하아 이런 일관성없는 여행 계획 같으니라고.

참으로 다양한 풍경들을 많이 만났고, 재미있는 시간들도 보냈다. 사람들과의 교류도 참 좋았다.

드레스덴에 있는 나는 아직도 프라하-빈-할슈타트-빈-베를린이라는 일정이 남았고, 시간 상으론 역시 2개월 반이 남아있다.


문제는 피렌체 마지막 날부터 멍을 그렇게 심하게 때리고 있다는 것이다.

멋진 장면을 보다가도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면 멍하게 앉아있다.

아마 며칠을 바글바글 돌아다녔던 피렌체 일정에서 생긴 문제인듯 하다.


거의 두 달 간을 홀로 생활하며 일을 제외하곤 한국인들과 그렇게 밀접하고 친밀하게 많은 이야길 나눌 시간이 없었다.

스카이프도 꽤 오래 전이 마지막이었고, 카카오톡도 잠잠해진지 오래다.

차츰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말을 하지 않는게 익숙해지다가 며칠을 북적거리며 지내니

혼이 다 빠져나가버린 듯하다.


게다가 베를린에서의 5일은 영어 폭탄을 맞아... 아 생각하기도 싫다.

너무나 좋은 사람들인데 영어의 장벽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다가 급 혼자서 남겨지니 자꾸 멍을 때린다. 이떄가 기회다 싶어 뇌가 쉬려고 발악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제 모든 여행과 풍광이 물려버린 걸까. 아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셔터를 누르고 있고, 그럼에도 내 다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다.


그저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진 듯 하다.

그림을 봐도 작품을 마주해도, 노래를 들어도 자꾸만 공허해진다.


여행 중 멍때리기, 이거 참 난감하다.

훗날 감정까지 멍때리는 상황에 동참하게 되면 어쩌지. 이런 멍청한 생각도 해본다.

아, 오늘의 멍때림은 어제 오랜만에 마신 알콜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멍- 하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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