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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 대한 단상

Emerik Feješ

Emerik Feješ


에메릭 페예스라고 읽으면 될까. 자그레브의 나이브 아트 미술관에서 처음 접한 작가다. 국내에 알려졌는 지 알 수 없으나. 일단 위키피디아에 있는 설명을 간단하게 가져와본다. 사실 전시를 보고 홀딱 반해서 작은 작품집을 구매했는데, 이탈리아에서 짐을 부칠 때 함께 보낸 탓에 현재 가지고 있지 않아 인터넷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는 세르비안 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나이브 아트 예술가다. 그는 1904년 크로아티아-세르비아의 Osijek(오시예크)에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페예스는 일생동안 천식과 좌골 신경통을 앓았고,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많았다. 그러던 그는 1949년 그림 그리는 것과 수공예에서 재능을 발견했고, 이때 그의 첫 번째 작업이 시작됐다.


회화의 주제들은 도시와 건축물들이다. 그는 대체로 엽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정통을 벗어난 그의 특이한 방법은 엽서 위에 이미지를 덧칠하는 방법도 포함된다. 그리고 revising이라는 고쳐쓰기 기법은 이미지를 보다 추상적이고 환상적으로 만들었다. 또한 실제로 어린 아이의 방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의 테크닉은 브러시 대신 나무 성냥개비를 감싼 것을 일반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뤄진다. 또한 그는 팔 아래에 있는 고양이와 함께 그림 그리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1969년 페예스는 전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고 어색함 없이 감탄스러운 수백 점의 그림을 남긴 채 Novi Sad에서 생을 마감한다.






어디가서 사진한다고 깝치지 말아야지. 진짜 못 찍었다... 아무튼 나이브 아트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었던 두 점의 작품으론 모자랐다. 작은 작품집은 비싸지 않으니 구입해도 좋다. 영어만으로 된 책도 있음! 아래의 이미지들은 구글링으로 찾은 이미지들이다. 작품집에는 훨씬 더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이렇게 쓰고 있으니 책 팔이 같지만.. 작품집은 사서 봐야 제 맛이므로!)




아트넷이라는 사이트에서도 그의 작품을 더 살펴볼 수 있다. 이곳은 옥션을 하는 곳 같은데 크기에 대한 가격이 있는 것인지 작품의 가격 버튼을 누르면 정확한 가격이 뜬다. 신기. 생각보다 엄청나게 비싸진 않다. 옥션이니 시작가려나.. 

http://www.artnet.com/artists/emerik-fejes/past-auction-results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던 첫 번째 흥미로움은 바로 '아는 건물'의 재발견이다. 작품집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익숙하지만 독특하게 재현된 도시들이 펼쳐져 있다. 그의 손에서 재탄생된 도시와 건축물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두 번째 흥미로움은 대부분의 이미지들이 엽서에서 왔다는 점이다. 그가 활동을 시작한 1949년에는 분명 사진 엽서가 주를 이뤘을 것이다. 손그림 엽서도 있었으려나. 아무튼 본인이 직접 보지 않은 이미지 위에 덧칠을 하거나 다시 그려냈다는 점. 그럼에도 자신만의 색을 훌륭히 펼쳐낸 점이 놀랍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고, 병치레가 많았던 예술가. 그가 볼 수 있었던 세상은 그토록 제한적이었음에도 상상 속의 색채로 그려낸 세상은 빼어나게 화려하다. 흑백의 도시에서 그가 찾아낸 색채. 


어쩌면 진경 산수화의 저 반대편에 있는 이미지라고 볼 수 있겠지.


삐뚤빼뚤한 선과 어딘가 어색한 구도. 마치 어린 아이의 그림 같기도 한 이미지들. 지극히 평면적이다. 이말인 즉슨 이미지에 소실점과 원경의 변화가 없다. 아마도 아카데믹한 드로잉 기술을 배운 적 없기에 그럴지도. 하지만 똑같은 기술을 단련해 그 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일반적인 화가들과 다른 매력이 있다. 어설픈 듯 보이지만 절대 나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기우뚱하지만 중심을 잃은 모습은 아니다. 그점이 세 번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레고로 쌓아올린 듯한 이미지. 장난감 같은 색채.

 

현대인들은 참으로 여행을 많이 다닌다. 똑같은 카메라를 들고, 똑같은 거릴 걷는다. 누군가의 글에서 '구글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사진들을 왜 굳이 찍으려할까'라는 발언을 보고 감탄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렇게 여행해왔다. 유명한 건축물과 거리에서 누구나 찍을 법한 사진들을 담아왔고, 블로그에 하나 둘 올리거나 지인들 가족들에게 전송하는 사진들. 내가 그곳에 있었다는 증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미지만을 담아왔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그의 작품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는 어떤 방법으로 이 도시를 나만의 방법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를 기억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도시와 건축물은 사람의 손에서 태어나 인간의 일생을 함께하고, 사람들의 역사와 함께 기억된다. 서로 다른 위치와 시야에서 서로 다른 색과 분위기로 파악되기도 한다. 한국인이 바라보는 크로아티아, 독일인이 바라보는 크로아티아는 서로 다를테니까. 


더불어 한 때 페이스북을 떠돈 재미 있는 사진이 떠올랐다. 온라인 지도로 여행을 한다던 사람의 글이었는데 지도 제작자들이 열심히 담은 3D 이미지를 통해 실제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집에서 클릭만으로 모두 볼 수 있다던 독특한 발상의 글. 그렇다. 디지털은 아날로그 사진이 할 수 없던 가상 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얼마든. 우리는 에펠탑의 모습을 집에서 구경할 수 있다. 이미지는 그렇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아마 그것이 우리가 여행을 가는 이유가 아닐까. 그곳만의 분위기를 향기를 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 아무튼 집에서 가상 지도로 휴가를 보낸다는 그는 어쩌면 이 시대의 페제스 같은 사람이 아닐까. 작가까진 아니라도 적어도 그런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나 역시 드레스덴에서 지내다가 한국으로 온 뒤 그리움을 구글 맵으로 달래던 적이 있다. 내가 늘 걷던 길을 지도로 걸으며 말이다. 세상이 참 좋아진 덕이다. 사진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라면 가상 이미지를, 구글 맵과 같은 가상 현실을, 해시태그만 검색해도 끊임 없이 나오는 도시와 건축물의 복제 이미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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