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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 대한 단상

나이브 아트






Naiva ART. 


크로아티아의 전통 미술 양식이랄까. 나이브 아트는 유리에 그려진 그림을 말하는 것 같다. 과거 정식 교육을 배울 수 없던 농민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유리에 그림을 그린 것에서 시작했다고 가이드북에서 봤다. 농민들, 소시민들의 시선이라 그런지 그림의 주제 역시 일상의 풍경이 대다수다. 개인적으로 나이브 아트의 부드러운 선과 색감 처리에 홀딱 반했다. 하나 사오고 싶었지만 짐가방의 자리도 여의치 않았고 크로아티아 여행 시작 쯤이라 돈도 아끼고자 구매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나오니 엄청 아쉽다. 다른건 몰라도 나이브 아트는 크로아티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것이었으니까. 


자석까지 달린 작은 그림도 많이 비싸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10유로 내외. 안타까움에 이후에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열심히 사모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그래도 엽서는 두 장이나 샀으니까. 그걸로 안심과 안도를. 


자그레브에는 나이브 아트 미술관도 있다. 자그레브 카드를 구입한 덕에 일정부분 할인을 받아서 입장했었다. 하지만 안타까웠던 것은 나이브 아트'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사실 설명도 많이 부실한 편이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듣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나 역사 정도도 거의 없었다. 나야 가이드북으로 이미 일정 부분은 읽고 들어간 상태라 쉬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조금 안타깝지 않을까 싶었다. 







뭐 이런 작품들이 있었다. 시대 순으로 정렬이 돼 있었는데 갈수록 고전적인 나이브 아트 작품은 없고 유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무척 아쉬웠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크로아티아의 예술도 변화해온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당연한 일이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수묵화는 대체로 잘 유지돼고 있는 편이겠지. 동양화도 그렇고. 아무튼 미술에 대해선 아주 기본 지식 뿐이라 많은 말을 하긴 조금 무리라 보여진다. 


하지만 나이브 아트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동물들의 모습이다. 특히 수탉이 아주 크게 묘사된 경우가 많았는데, 농가에서 아무래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서 였을까. 시간이 갈수록 주제 역시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워낙 반짝이는 표면이다보니 계속 내가 반사된다. 하지만 마지막 작품 같은 경우는 워낙 임팩트가 강했다. 완전 마음에 딱 꽂힌 작품. 그래서 엽서를 구매했다. 밤의 적막함과 고요함이 잘 묘사된 느낌. 한국 사람 답게 여백의 미를 한껏 느낀 탓일까. 


나이브 아트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특별히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각자가 지닌 재능을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마음껏 펼쳐낸 것. 이것이 크로아티아만의 새로운 예술 범주가 됐다. 이들은 어떤 주도도 하지 않았지만 하나의 장르를 이뤘다. 재미있는 방식이다. 권력과 힘, 교육이라는 인위적인 제도 없이도 생활 속에서 그들은 예술을 했다. 부족한 재료였지만 빈약한 표현은 없었고, 삶 속에서 다양한 주제를 찾았다. 제도권 밖의 예술이라 나에겐 더욱 강하게 와 닿았다. 정말 재밌게도 다음 갤러리 역시 제도권 밖의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내가 굳이 이런 곳만 찾아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 경험하는 런던과 이탈리아, 독일의 예술과는 정말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자그레브가 내게 깊이 남아있는 이유는 미술관과 갤러리의 힘이 크다. 


다음 번에는 현대인의 일상적인 이별을 하나의 장르로 모아 전시하고 있는 갤러리를 방문했다. 이름부터 아트 상품까지 센스가 넘쳐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갤러리다. 나도 훗날 이런 재치 있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예술을 알리고 꾸려나가고 싶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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