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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에 대한 단상

Sebastiao Salgado, GENESIS

C/0 BERLIN

Sebastiao Salgado, GENESIS

2015.07.18




세바스티앙 살가두. 뭐 그는 아주아주아주 유명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사진을 시작할 때부터 귀에 딱지가 박힐 정도로 들어왔고 사진도 역시 거장답게 무진장 좋았다. 그 중에서도 금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담은 <Mine> 시리즈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았지만 나는 더욱 격하게 사랑했다. 물론 그처럼 찍을 순 없었으나. 그저 머릿속엔 잠상처럼 남아 있던 사진들이랄까. 


그런 그가 신작 GENESIS를 선보였을 때, 나는 어쩌면 가장 먼저 가장 자주 보러 갈 수 있었던 입장이었지만 가지 않았다. 왜였을까. 사실 스틸컷이라고 미리 온 사진들이 하나 같이 맘에 안들었다. 예전 같지 않았달까. 인물 사진 한장에서 느꼈던 희열 뭐 그런게 없었다. 그냥 실망하고 어린 날의 우상을 잃게될까 겁났을지도 모른다. 같은 이유로 10월까지 한다는 안셀 아담스의 전시가 걱정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 아닌가. 한국에서는 피했지만 영국에서 결국 마주했다. 포토 런던에는 1번 프린트들이 전시돼 있었다. 비록 적은 수의 작품들이지만 어마어마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역시 내게 사진은 직접 마주해야 하는 것인가. 그날 처음 생각했다. 아 한국에서 전시 가볼걸. 뭐 근데 별 수 없다. 이미 끝났잖나. 포기하자.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베를린 C/O 갤러리를 우연히 알게돼 방문했는데 GENESIS 전시를 하고 있었다. 10유로 따위 냉큼 냈다. 하나 같이 진지한 독일인들 사이에서 나도 진지했다. 진짜 진지했다.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담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풍경일까. 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라서 가능했던 것이다. 유럽 여행을 다니며 내가 느꼈던 것이 바로 그 점이었으니까. 




분명 현실을 아주아주 현실적으로 담아냈는데, 시각적으로 혼돈이 온다. 마치 초현실과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을 주는 몇 장의 사진들이 있다. 렌즈워크라든가 구도 등을 잘 잡아서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흑백이 주는 특유의 질감이 더해져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몇몇 사진들에 매료돼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하나 이번 작품들에서 참 좋았던 것은 흑백 필름의 매력을 다 뽐내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모르겠다. 난 원래 서문 읽어도 다 잊어버리는 편이니까. 근데 아무리 봐도 노이즈 부분이 흑백 필름의 그것이었다. 고운 입자. 이를 확대하며 발생하는 파스텔의 질감. 디지털로 촬영해 디지털로 프린트 한 것이라면 진짜 어딘지 알아보고 싶다. 베를린 갤러리에선 프린트와 관련된 정보가 없어서 모르겠다. 


사실 그의 사진이 완전 현대적이라곤 할 수 없다. 고전적이지. 근데 그 고전의 포맷으로도 현대인들을 감동시킨다는 거다. 이런 사기캐릭터가 어디있나 싶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 또 하나 느낀 점은 참 동물도 잘 찍네 였다. 빛을 잘 쓰는 건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동물 사진에서 환상적인 자연광 사용이라니. 열정이다. 열정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천재도 빛은 놓치면 끝이니까. 


몇 장의 사진을 아주 오래도록 응시했을 만큼 집중력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시간을 보니 꽤 오래 전시장에 머물렀음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었다. 역시 역시 살가두다. 하지만 늘 느끼지만 사진집의 질감과 사진 한 장의 질감은 또 다르고, 작품의 크기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뭐 제일 별로인게 디지털 화면으로 보는 이미지다. 왜일까. 


https://www.google.de/search?q=sebastiao+salgado&biw=1291&bih=614&source=lnms&tbm=isch&sa=X&sqi=2&ved=0CAYQ_AUoAWoVChMIi4umj4HlxgIVgaYsCh1F_AYz#


구글이 짱이다 정말. 그나저나 사진집 사고 싶다. 돈이 없다는게 흠. 함정.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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