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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lan, No Pain/Japan

Tokyo, 나리타 공항에서의 노숙

6개월이라는 기나긴 여정의 시작은 도쿄였다. 굳이 도쿄를 정한 것은 아니고 '인천-도쿄-비엔나-베를린' 비행 일정에서 유일하게 스톱오버를 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3박 4일 일정을 계획했다. 사실 여러 번의 일본 여행 중에 숙소 잡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으므로(내가 예약한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사실 유럽에서의 일정만 조금 신경쓰고 있었다. 


하지만 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는데 이는 바로 '벚꽃 시즌'이다. 출국한 날이 4월 4일이니 도쿄에선 한참 벚꽃이 만개했을 때. 이를 깨달은 것이 떠나기 3주 전이었는데 이미 숙소는 꽉 차있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도착한 당일 하루 외에 2박을 할 수 있는 숙소를 찾을 수 있었고 하루는 결국 공항에서 해결해야 했다. 


여행의 시작이 공항 노숙이라니 다른 곳에선 해봤어도 공항은 처음인지라, 게다가 일본어도 못하는 내가 혼자 가는 첫 일본 여행에서라니.. 라고 약간의 걱정과 기대, 설렘이 뒤섞였던 시기다. 아무튼 벚꽃 시즌에 가면서 이렇게 대책 없는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 싶다. 심지어 도쿄에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을 봐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 숙소부터 여행 일정까지 많은 부분에 도움을 줬던 친구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에서



나리타 공항까진 아시아나 항공을 탔다. 제주도 수학 여행 갈때 탔던 아시아나 이후 처음이다. 역시 서비스가 좋다. 기내식도 꽤나 맛있게 나와서 잘 먹었고, 사람도 많이 타지 않아 널널하게 왔다. 무엇보다 저가 항공에는 없는 화면 덕분에 비교적 덜 지루하게 갔달까. 화면으로 보니 도쿄가 멀긴 멀다. 후쿠오카는 금방 갔던거 같은데. 




왠지 찍고 싶은 비주얼이었다. 거의 3주 째 쌀을 못봐서인지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인다. 아 언제쯤 쌀을 먹을 수 있을까. 우걱우걱. 나름 다양하게 있어 참 좋았다. 이후에 타게된 오스트리아 항공에선 왓더.. 욕이 나온다. 과거 독일에 갔을 땐 루프트 한자를 타서 그런지 기내식도 참 다양하고 맘에 들었는데 오스트리아 항공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식사 타이밍 자체도! 



# 성공적인 공항 노숙의 첫 번째 조건, 자리 잡기



본격적으로 나리타 공항에서 노숙한 이야기를 해본다. 개인적으로 6시간 이상 머물러야 할 곳이라면 일단 안전하고 편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인적이 너무 드물어도 문제고, 너무 많아도 문제다. 라고 생각하며 도착한 나리타 공항. 도착층에는 의자가 참 많다. 이 중에 벽을 보고 있으며(콘센트 이용을 위해), 바깥으로 나가는 문과 먼 곳(바람 들어와 추움, 도난의 위험도)을 고르면 적당하다. 무엇보다 다리를 쭉 펴고 누울 수 있을만큼의 공간이 있는 곳을 택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조언하자면 개인적으로 4월 초는 너무 추웠다. 담요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덜덜 떨면서 잤다. 



# 혹시 모를 식량은 필수!



한국에서 야식을 처먹처먹하던 버릇이 남아 도착한 후 자리를 잡으니 급 배가 고팠다. 분명 이대로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또 배고플 것. 그래서 야식 준비는 필수다. 이제 벌써 3달 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2층인가 3층에 가면 12시까지 여는 편의점이 있다. 미리 식량을 사두면 야식으로 쏠쏠하게 먹을 수 있다. 24시간 하는지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12시까진 확실히 연다. 그때 내가 샀으니까. 샌드위치는 참 저렴한데 내용물도 푸짐하다. 우리나라 모 편의점과는 전혀 다름. 



# 분실이 걱정된다면 보관소를 찾자



친구와 함께 있는 상황이라면 서로 지켜주면서 볼일을 보면 되지만 혼자서 어마어마한 무게의 가방 세 개를 지키려니 일단 무리라 판단됐다. 카메라와 노트북 등 중요 물품이 많은 것도 걱정의 한 몫을 했다. 나리타 공항 안내 지도를 보고 찾은 보관함. 내가 잠을 잘 1층에 있었다. 가장 큰 공간이 500엔이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24시간 단위가 아니라 하루 단위로 계산되는 것이다. 저녁 11시에 맡기고 오전 6시에 찾았는데 500엔 차지 붙음. 왓더... 그러니까 12시 넘어서 보관하면 500엔에 퉁칠 수 있다.




보관함에 돈을 넣으면 영수증을 준다. 가장 아래의 6자리 숫자가 중요하다. 문을 여는 번호다. 주의할 점은 저 보관함 어마어마한 소리로 안내를 한다. 것도 모르고 한국어 버전을 눌렀다가 나리타 1층이 쩌렁쩌렁 한국어로 울리는 사태가 벌어짐. 덕분에 당황해서 가방 2개 넣었어야 했는데 1개 넣고 옴. 


아무튼 나리타 공항에서의 노숙 준비는 이렇게 마쳤다. 사실 미리 준비한 것도 찾아본 것도 없이 현장에서 다 급 결정한거라 실수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첫 공항 노숙치곤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함. 특히 나리타 공항에는 경비원들이 많아서 비교적 안전한 것 같았다. 물론 잘 땐 없었던거 같은데.. 1시인가 넘으면 불도 꺼준다. 나쁘지 않음. 역시 일본.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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